도시 광부 - 가상화폐편

도시에서 돈캐는 광부나 되어볼까? feat. 남자는 일단 장비부터 찾는다.

fatmster 2021. 2. 2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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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상화폐를 처음듣다

 

때는 2012년 무더운 여름이었다. 시원한 딸기 바나나 주스를 마시기 위해 자주 가는 가게로 가는 도중 매일 붙어 다니던 친한 형이 평소에 하지 않던 말을 꺼냈다.

 

야 혹시 비트코인이라고 가상화폐가 나온 거 알아? 이게 미래의 화폐가 될 거야. 그리고 그거 집에 있는 컴퓨터로 캘 수 있어.

 

그 형이 추가적으로 했던 말 중 대부분은 기억 속에서 0.1초간 머물다 사라졌다.

 

단 하나의 말만 빼고.

 

'야! 나 그걸로 돈 벌었어!'

 

외국 사이트를 하나 가르쳐주는데 일단 그곳에 들어가서 정보를 알아보았다. 지갑? 채굴? 낯선 컴퓨터 영역의 단어가 쏟아지자 잠도 쏟아져서 일단 쉬운 거부터 하자고 마음먹고 채굴에 앞서서 필요한 준비단계인 지갑을 여는 것부터 했다.

하지만 그다음이 문제였다. 채굴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모르겠다.

 

당시 정보 소스는 외국 사이트뿐이고 가상화폐의 세계는 외국인들 중에서도 컴퓨터를 좋아하는 소수만 아는 그런 것이라 그런지 컴퓨터 전문용어가 많았다. 당최 이해가 잘 안 되어서 그냥 포기했다.

 

만일 요즘 같은 세상이면 유튜브나 블로그에서 쉽게 하는 방법을 찾았을 건데. 마이닝 풀 같은 것도 알지 못하여 접근성이 굉장히 어려웠다.

 

 

또 다른 문제도 있었다. 그 형에게 전화를 걸어 수입이 얼마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하는 말 '그거 거래소 외국껄로 거래해야 해 근데 그걸 나도 몰라서 묵혀두고 있지.' 

 

눈앞이 깜깜해졌다. 

 

우리 집 컴퓨터는 자신을 24시간 노예 짓을 시키려고 눈 부릅뜨고 키보드를 두들기는 주인의 모습에 눈물을 흘리다가 그 후 주인이 실망하는 모습을 보고 안심했을 것이다.

 

(그러고보니 지금 글을 쓰는 이 시점에서 그 형이 비트코인을 얼마에 언제 팔았을지 궁금했지만 자랑이 없는 것 보니 물어보기가 힘들다. 그 숙성된 코인의 양이 상당했던 걸로 안다.)

 

2. 이미 너무 높아져 버린 코인가격 = 놓쳐버린 벼락부자의 기회?

 

현실 속의 소리가 나를 때린다.

 

사람 1) 야야 비트코인이 6400만 원을 돌파했어!

 

이거 이러다가 대기권까지 뚫는 거 아니야?

 

사람 2) 요새 신흥 부자들 중에 비트코인으로 대박 난 사람이 많아! 

 

사람 3) 돈 복사기에 돈을 넣었더니 돈이 생기네요... 

 

사람 4)와 비트로 1억 벌었다. 더 높게 가즈아!

 

나)........

 

가진 거라곤 한 푼도 없고 미리 사놓은 비트코인도 없는 나로서는 굉장히 듣기 거북했다.

이 세상은 운빨인가 진짜.

 

우울감이 높게 생성되어 짜증의 먹구름이 낄 무렵

 

갑자기 '예전부터 알던 채굴은 아마 지금이라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생각이 들었다.

 

'행복한 나라로 오세요~!'

 

꿈이 무럭무럭 자라나기 시작했다. 머리속엔 놀이동산 음악이 흘러나왔다.

 

컴퓨터 앞에서 재빨리 채굴 수익이라는 단어를 검색했다.

개인 컴퓨터로 채굴을 하면 월 15만-20만 정도를 순수익으로 얻을 수 있다는 정보가 눈에 들어왔다. 

단순 계산으로 컴퓨터 10대면 놀아도 150-200만 원은 벌 수 있게 된다. 끼얏호!

 

장밋빛 미래가 그려지고 잠시 엄청난 엔도르핀에 흥겨워했다.

머릿속엔 어떤 색의 포르쉐를 살까 고민했다. 페라리도 사야지. 그건 또 무슨 색 살까 역시 빨간색인가?

아니다 역시 집부터?

저건.... 내꺼다!

 

3. 여러분이 미래의 차를 선택하기 전에 먼저 해야 할 것이 있다.

 

광산에는 여러 광물이 있다. 금을 캘지 다이아몬드를 캘지 다른 자원을 캘지 당신은 선택해야 된다.

 

비트코인도 마찬가지다.(가상화폐의 대명사라 그냥 비트코인이라 지칭)

이더리움, 에이다, 질리카, 밀크, 보라 등등 다양한 이름을 가진 색색의 보석들이 존재한다.

물론 당신이 캘 수 있는 건 노예 1개당 1종류.

보통은 수익용으로 이더리움을 많이 캔다. 왜냐면 비트코인은 채굴할 수 있는 양을 거의 다 소모한 상태인데 채굴 양이 줄어들수록 채굴 난이도가 증가하는 구조라 웬만한 컴퓨터로는 비트코인 1개를 수확하기 힘들다. 

 

쉽게 말씀드리자면 다이아몬드를 지상에서 주워 담을 때는 누구나 손만 가지고도 채굴하지만 점점 땅을 파다가 지하 몇백 미터 이상을 가는 순간 더 힘들어지는 것이랑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일반적인 장비보단 전문적인 장비로 바뀌어 간다.

 

그래서 나는 어렵다는 비트코인을 버리고 이더리움으로 골랐다.

 

(1). 채굴엔 장비가 필요해

 

광물을 채굴하기 위해선 곡괭이가 필요한 법이다.

그래서 필요한 장비는(혹은 노예) 그래픽카드라는 녀석이다. 

 

 

예부터 이런 전통이 있다.

 

비싸고 고성능의 그래픽 카드는 게이머의 신분을 나타내는 것으로 낮은 성능의 그래픽카드는 버벅거리는 게임 구동으로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천민계층을 나타냈다.

불쌍한 천민계층은 다음 세대 보급형 그래픽카드가 현재 상위 티어의 그래픽카드의 성능을 압도하고 가격도 착할 것이라는 믿음과 확신을 가지며 부족한 용돈을 긁어모으면서 언젠가 상승할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귀족계층은 이미 뽑아 먹을 대로 뽑아먹은 잘 나가는 그래픽카드를 이젠 세월이 지나서 버벅거림을 보여줄 때 슬슬 중고로 팔아버리고 신세대의 짱짱한 화질의 게임을 초고사양으로 충분히 즐기기 위해 다시 그 비싼 최고급 그래픽카드를 아낌없이 질렀고 상승할 날만을 기다리던 천민계층과의 간격을 벌려 놓았다. 그리고 이것이 반복되었다.

 

그렇다.

그래픽카드는 여태껏 게임 용도가 주 용도였다.

 

그래픽 관련 작업으로 먹고사는 직장인 이외의 일반인에게 그것은 돈 들어가는 혹이나 다름없다.

나 역시 게임과는 상관이 별로 없어서 cpu만 달린 사무용 컴퓨터를 샀었다.

오히려 멀리 하기 위해 일부러 안 샀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의 유명한 코인은 모두 그래픽카드가 있어야 된다.

 

천민계층인 보급형 그래픽카드론 무리이다.

 

아 물론 rtx3060ti는 보급형 축에 끼지만 용산 프리미엄+비트코인 채굴의 열풍이 붙은지라 이미 가격은 고급그래픽 카드를 싸대기 때리고 발로 짓밟는 수준이다. 채굴자에겐 너무 만나기 힘든 존재이다.

 

좌절감이 몰려왔다. (너무... 비싸!)

하지만 거래소의 수십 개의 코인들을 보고 희망을 놓치지 않았다.

 

(2). 그래픽 카드가 없어? 그럼 cpu가 있잖아!

 

작은 희망은 있었다. cpu로 가능하다는 코인들이 있던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된다. (여러분의 시간을 아끼기 위해 결론만)

 

결론 1.

캐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

 

결론 2.

힘들게 캐도 그 가격이 낮다.

 

결론 3.

다크 코인들이 많아서 거래 자체가 불가능했다.

 

물론 몇몇 외국 거래소에서 취급하지만 원화로 바꾸기는 무척 힘들다.

(3). 다크 코인?

 

다크 코인이란 출처가 불분명해서 검은돈의 활용처로 사용될 확률이 무진장 높아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에서 막은 코인이다.

 

쉽게 말하면 돈을 보내는 출처를 알 수 없어서 몇 번의 거래를 거치면 자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기 힘든 구조라 막아두었다.

 

우리나라의 예로 박사라는 희대의 사이코가 이용해서 유명한 코인이다. 

 

도시 광부가 될 나에겐 너무나 이득도 없고 그냥 전기만 버리는 코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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